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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시를 읽고/우려내야, 송진권

by 걷기 선수 2023. 10. 17.

창작과 비평, 2022년 봄호에서 일게 된 이 시. 

말과 글로 배우고 얻은 것들이 너무나 많아 이 두 가지를 사랑하는데 글에서 느껴지는 온도가 민감하게 다가온다. 

이 시를 읽는 동안 은은하고 부드러운 차 향이 나는 듯 하였고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우려내야, 송진권

좋아하는 구절만 손으로 직접 써보았다.

 

다시 한번, 책과 문학을 좋아하는 이유 중에 가장 뚜렷한 것이 있는데 이 시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나는 절대로 생각해내지 못할 뜻밖의 언어의 조합들로 얻는 놀라움, 특별함, 따뜻함, 자극 그런 것들. 예를 들면, '작별하지 않는다'의 작가의 말에 나온 '지극한 사랑' 이라는 말, '살아 있는 작은 안개가 하는 일'에 나온 '얇은 비밀' 이라는 말, '흑설탕 캔디'에 나온 '천진한 달콤함' 이라는 말. 원래 아는 말이라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슬픔, 후회, 감사, 사랑, 따뜻함 등 다양한 감정과 생각들이 밀려든다. 

'우려낸다'는 표현과 봄밤, 새벽과 같은 시간과 계절과의 조합이 색다르게 아름다웠다. 우려낸다는 것. 엄마가 끓고 끓이는 육수밖에 생각이 나지 않았는데, 이런 시적 발상들이 신기하다. 참 서정적이고 좋은 어울림이다.

이렇게 생각을 하다보니 생각의 꼬리에 꼬리를 물어 생각하는 과정이 우려낸다는 표현과 아주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더 생각해보니 우려낸다는 건 어디에나 어울리는 것 같다. 진하게 우려나 향이 퍼지는 것처럼 생각과 말이 퍼져나가서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던 그런 것들이 떠오른다. 독서 모임에서 나눴던 생각과 말들, 감정들, 기억들 그런 것들이 우려나와서 지금처럼 글쓰는 시간을 갖게 된 것 같다. 우려낸다는 것이 다소 투박하게 느껴졌는데 지금은 향기로운 느낌이 든다.

 

2022년 4월에 쓴 시 소감문으로 티스토리 첫 글을 시작한다.